episode 007.
H의 아파트 

위치: 경기도
형태: 아파트
건축연도: 2000년대
역할: 인테리어 설계/ 시공
면적: 34평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 머무르게 되는 공간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거실은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가구와 오브제가 하나씩 더해지면서 점점 더 두 사람다운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머무는 시간이 좋아진 집            창밖의 풍경은 이 집을 선택한 이유였고, 함께 보내는 시간은 공간을 계획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프리랜서 브랜드 디자이너 아내와 디자이너 출신 남편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부부입니다. 오래 머물러도 답답하지 않은 집,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집을 찾던 두 사람은 창밖으로 산이 보이는 풍경에 이끌려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일보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시간을 더 오래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두 사람은 집을 찾을 때부터 한 가지 기준이 분명했습니다. 
‘ 창밖으로 자연이 보이는 집일 것.’
여러 집을 둘러보던 중, 처음 이 집에 들어섰을 때 마주한 풍경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집 안에서도 계절의 변화와 바깥 풍경을 가까이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산은 사계절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두 사람에게 풍경은 단순한 전망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하루의 흐름을 느끼게 하고,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기존 구조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침실과 드레스룸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단절되어 있었고, 주방 역시 가벽으로 막혀 있어 집 전체가 실제 면적보다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두 사람은 공간이 나뉘기보다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어디에서든 시선이 창밖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원했습니다.


함께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러워지는 공간             부부는 출퇴근을 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며 보냅니다. 그래서 집은 일과 휴식이 명확하게 구분되면서도, 함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이어야 했습니다.

서재는 업무를 위한 공간으로 계획했습니다. 필요한 물건만 최소한으로 배치하고, 문을 나서는 순간 일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반대로 거실과 주방은 하루의 대부분이 흘러가는 공간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함께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거나 보드게임을 즐기고, 가볍게 산책을 나섭니다. 주말에는 거실에 이불을 펴고 영화를 보다가 낮잠을 자기도 합니다. 특별한 계획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충분히 잘 쉬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인테리어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집은 더 이상 잠을 자거나 머무르는 장소가 아니라, 하루를 보내고 싶은 장소가 되었습니다.
둘의 취향이 하나의 집이 되어가는 과정            두 사람 모두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좋아하는 색감과 소재,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비슷했습니다. 여행을 가서도 같은 공간 앞에서 오래 머물렀고, 가구를 고를 때도 자연스럽게 비슷한 물건에 눈길이 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취향은 더욱 닮아갔습니다. 빈티지 가구와 조명, 원목과 스틸처럼 소재의 질감이 살아 있는 물건들을 좋아했고, 새것처럼 완벽한 상태보다 시간의 흔적이 남은 물건에 더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 집을 가장 잘 설명하는 소재 중 하나는 마모륨입니다. 일반적으로 바닥재로 사용되는 마감재를 가구와 문에 적용했습니다. 정해진 방식보다 두 사람만의 방식으로 소재를 활용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소재를 저희 방식대로 사용해보고 싶었어요.”

주방 벽 마감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보다 과감한 선택을 원했고, 다른 한 사람은 전체적인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결국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과정 역시 이 집다운 선택이 되었습니다.


#006. 수원 APT
수원 영통에 위치한 아파트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커다란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풍부한 채광과 막힘 없이 탁 트인 전망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천장고가 다소 낮아 자칫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였지만, 이러한 훌륭한 뷰 덕분에 공간을 더욱 쾌적하고 매력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하여 편안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            가장 깊이 고민한 부분은 바로 ‘반려동물과의 생활’이었습니다.
단순히 집 한 켠에 반려동물 용품을 보관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본질적인 삶의 방식을 고려해 디자인에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삶의 동반자로서 반려동물과 조화로운 생활을 실현할 수 있는 보다 나은 공간 솔루션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삶의 메시지             여러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끝까지 고집했던 부분은 바로 '강아지 집'이었습니다. 반려견이 과연 그 공간을 좋아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지만, 반려견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단순한 보살핌을 넘어 '함께 살아간다'는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고 믿었습니다.
작은 공간, 큰 행복             마감재를 선택할 때, 미끄러지는 강아지를 고려하여 하나하나 직접 만져보고 꼼꼼하게 검토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과 사람이 모두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 관리가 용이한 마감재를 선택하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이전에는 수납 공간이 부족해 강아지 용품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종종 바닥에 흩어지거나 어딘가에 감춰지곤 했습니다.
비록 차지하는 공간은 작지만, 그곳에서 낮잠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뛰어놀다 지친 오후, 포근한 집 안으로 들어서며 들려오는 작은 코골이는, 그 순간만큼은 우리만의 아늑한 세상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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